김대중 대통령 앙망문
 
삼가 고개 숙여 부르옵니다.
이 땅의 민주를 위해
고난의 길을 스스로 택하셨던 대통령이시여,
말보다 침묵으로,
분노보다 인내로 시대를 견디셨던 분이시여.
폭력의 시대에 대화를 선택하셨고,
복수의 유혹 앞에서 화해를 말씀하셨으며,
승자의 자리에서도 약자를 먼저 돌아보셨나이다.
수차례의 투옥과 망명,
끝없는 감시와 고립 속에서도
자유와 인간의 존엄을 결코 포기하지 않으셨고,
절망의 밤마다 민주주의의 새벽을 믿으셨나이다.
남과 북이 총 대신 말로 마주 설 수 있음을 보여주셨고,
분단의 상처 위에서도 평화는 가능하다는
용기 있는 상상을 이 땅에 남기셨나이다.
대통령이 되셨으되
권력이 아닌 책임으로 나라를 섬기셨고,
승리자가 되셨으되
패배한 이들의 눈물을 잊지 않으셨나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여전히 갈라지고,
쉽게 분노하며,
타협보다 배제를 먼저 택하는 세상에 살고 있사오나,
당신께서 남기신 질문은
아직도 우리 앞에 놓여 있나이다.
“민주주의는 완성된 제도가 아니라,
끊임없이 지켜내야 할 삶의 태도이다.”
부디 저 너머에서
이 땅의 미완의 민주를 굽어살피시고,
두려움보다 양심을,
증오보다 대화를 택할 수 있도록
우리의 마음을 일깨워 주소서.
당신의 이름이
권력이 아닌 신념으로,
정치가 아닌 인간 존엄의 언어로
오래 기억되기를 기원하옵니다.
삼가 앙망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