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 선수는 축구를 하는 게 아니라 산책을 한다"
히딩크 감독은 부임 초기 K리그 현장을 직접 돌며 선수들을 관찰했다. 그때 그가 남긴 비판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    걷는 축구: 공을 가진 선수만 뛰고, 나머지 선수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서 있거나 천천히 걷는 모습을 보며 "축구는 90분 내내 뛰어야 하는 운동인데 한국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산책(Walking)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    공격과 수비의 분리: 수비수는 수비만 하고 공격수는 공격만 하는 고정된 역할 분담 때문에 전체적인 활동량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2. 체력에 대한 역발상 진단
그전까지 한국 축구는 "기술은 부족하지만 정신력과 체력은 세계 수준"이라는 것이 정설이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    "기술은 좋은데 체력이 약하다": 히딩크는 한국 선수들의 개인 기술(양발 사용 능력 등)은 훌륭하지만, 경기 막판까지 그 기술을 유지할 수 있는 기초 체력과 회복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그만큼 국내 전문가들의 판단은 엉터리에 가까웠던 것이다.
•    파워 트레이닝 도입: 이후 그는 월드컵 전까지 이른바 '셔틀런(공포의 삑삑이)'으로 불리는 고강도 체력 훈련을 실시하여, 90분 내내 쉬지 않고 압박할 수 있는 팀을 만들었다.

히딩크 감독의 "걸어다닌다"는 일침은 결국 한국 축구가 '악바리 정신'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넘어, '과학적 체력과 전원 압박'이라는 현대 축구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3. 위계질서와 비효율성 지적
히딩크 감독은 단순히 체력뿐만 아니라 경기장 안에서의 유교적 위계질서가 움직임을 둔하게 만든다고 보았다.
•    "선배 눈치를 보느라 안 뛴다": 나이 어린 선수가 좋은 기회를 잡고도 선배에게 공을 넘기기 위해 머뭇거리거나, 선배의 지시에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운동장 안에서는 선후배가 없어야 한다"며 반말 사용을 권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 이후 이러한 유교적 위계질서가 다시 부활하였다.

옌스 카스트로프(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는 2025년 10월 독일 매체 '키커(Kicker)'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대표팀 내의 유교적 위계 문화를 언급하여 화제가 되었다. 당시 카스트로프가 언급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상명하복의 위계 질서: "한국 대표팀은 선후배 사이의 위계가 뚜렷하며, 젊은 선수들은 엘리베이터에 가장 나중에 타야 한다"고 설명했다.
(2) 식사 예절: "식사 후에는 막내급 선수들이 선배들에게 과일을 직접 챙겨다 주어야 하며, 모든 선수가 식사를 마칠 때까지 누구도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는 문화를 전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 내 유교적 위계문화를 없앤 것은 대표팀 전력 향상을 위한 결단이었다. 부분적으로 남겨둔 것이 아니라 아예 없애버렸다.

(1) 운동장 내 반말 사용: 경기 중 긴박한 상황에서 선배에게 예우를 갖추느라 타이밍을 놓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선배 이름을 부르거나 반말로 소통하게 했다. (예: "명보야, 패스해!")
(2) 식사 자리 지정 해제: 이전에는 선배와 후배가 따로 앉아 엄격한 분위기에서 식사했지만, 히딩크는 무작위로 섞여 앉게 하여 자연스러운 대화를 유도했다. (예: "명보야, 밥먹자!")
(3) 자유로운 의견 개진: 막내급 선수들도 전술에 대해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여 능동적인 축구를 지향했다.


축구는 0.01초의 싸움이라고 한다. 축구 그라운드에서 0.01초는 승패를 가를 만큼 중요한 시간이다. 찰나의 순간에 내리는 판단과 반응이 경기 결과를 뒤바꾸기 때문이다. 0.01초의 차이가 상대보다 한발 먼저 공을 차지하거나 차단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런데 유교적 위계질서 속에서 눈치를 보느라 움직임이 둔해진다면, 경기는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튀니지와의 평가전(2014년 5월 28일)에서 안정환 해설위원이 경기 중 "느려요, 느려!"라고 일침을 가했던 것은 이때문이다. 안정환은 2002년 월드컵을 경험하며 경기 템포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대표팀의 느린 경기 템포를 보며 월드컵에서의 부진한 성적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시아 수준이 아닌 세계적인 강팀들을 상대로는 느린 템포의 축구로 경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K리그에는 외국인 감독들이 부임해 있다. 제주 SK FC의 '세르지우 코스타', 충북청주FC의 '루이 퀸타', 파주시민축구단의 제라드 누스 카사노바 등이 그 예다. 이들 팀은 선진적인 축구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쉽게 경질해서는 안 되며 장기적으로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K리그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식 텐백이나 선수비 후역습 축구로 아무리 승리를 거둔다 해도, 장기적인 수준 향상에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